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82/1982)
작곡가: Ennio Morricone
발매사: Varese Sarabande
글쓴이: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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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0] 01. Humanity(Part 1)
[03:16] 02. Shape
[01:02] 03. Contamination
[02:56] 04. Bestiality
[05:58] 05. Solitude
[05:35] 06. Eternity
[06:22] 07. Wait
[07:15] 08. Humanity(Part 2)
[05:12] 09. Sterilization
[04:58] 10. Desp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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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는 ‘어디까지나 메인스트림을 벗어나있는 괴짜 영화광'이라고, 어떤이는 '영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 숨겨진 대가'라고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바로 존카펜터 감독에게 붙여진 가장 극단적이자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영화에 대한 평가들은 기실 작가라는 호칭이 결코 아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시각에서는 때로는 호러영화라는 장르, 다소 투박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흐름으로 인하여 극복하기 힘든 선입견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영화계에 입문했으나 주로(거의 대부분)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의 영화를 말해왔고 앞서 언급된대로 거대 영화시스템에 귀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굳혀왔던 탓에 그런 시각은 더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그의 영화들이 늘 '좋은 장면’이나 영화사에 영향력을 끼칠만한 절대적인 메세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은 영화광들에게 의미있는 임팩트를 남겨왔다.
[핼로윈]에서 보여준 ‘비어있는 공간이 주는 공포감’의 새로운 개념의 창조라든가, 늘 호러영화사의 걸작 반열에 언급되는 [안개] [매드니스]의 놀라운 연출, 최근에도 그의 건재를 확인시켜준 [슬레이어]등의 작품들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시각을 증명해 준 단편적인 사례이다. 게다가 CG가 보편화 된 지금도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특수효과를 직접 연출지휘하고, 놀랍게 음악까지도 스스로 작곡해내는 모습은 오직 영화를 위해 태어난 완전작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듯 하다.
얄팍한 테크닉에 의존하거나 한탕을 노리는 작금의 영화들과는 다른 의미의 작가적 성취들, 늘 그 정점에는 존카펜터라는 이름이 버티고 있었으며 소규모 예산으로 독자적인 영화세계를 창조하고 대중적으로도 심상치않은 지지를 받아오던 80년대에 드디어 메이저영화사의 부름을 받는다.
1982년작 [괴물]은 그가 거대영화사의 시스템속에서 연출한 첫번째 작품이다.
절대적으로 고립된 남극이라는 공간이 주는 설정, 사람을 복제하면서 괴물로 변해가는 동료들을 맞닥드리게 되면서 서로를 믿지못하게 되는 상황(존카펜터가 밝혔듯 이 설정은 우리에게 열개의 인디언인형으로 알려져있는 아가사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유사하다.)등 기존 호러영화들이 가지지 못했던 덕목이 가득하다. 특수효과의 전설 스탠윈스턴의 - 거칠지만 컴퓨터그래픽보다 더 리얼한 특수효과들과 설명이 필요해보이는 상황들마저도 느닷없는 페이드아웃 처리해버리는 과감한 연출,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서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지독한 비극과 절망의 정서까지 더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설정들은 훗날 이 영화를 80년대 호러영화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절대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발표된 1982년은 이해에 발표된 수많은 SF 장르영화들에게 재앙의 한해로서, (하필이면)헐리우드 영화의 흥행공식과 패턴을 재편한 스티븐스필버그의 [E.T.]와 존재에 대한 인식론을 재정의한 리들리스코트의 [블레이드러너]가 개봉된 해였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E.T.] 앞에서 당당하게 맞장을 뜰 수 있는 영화란 애초에 없었다. 당시 급증하던 이혼과 가족의 해체를 봉합하고자 했던 미국사회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었던 젊은 감독 스필버그의 예상치못했던 선물(그것이 자의든 타이든간에)앞에서 냉전의 시대, 그리고 어렴풋이 매카시즘을 연결할 수 있는 [괴물]의 해석은 절대로 환영받을 수 없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못지않게 무거운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는 [블레이드러너]도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는 대중들이 알고있는대로이다.)
[괴물]은 영화음악의 입장에서 본다면 존카펜터 작업들에서 늘 발견되던 크레딧 ‘Music by John Carpenter'가 아닌, 영화음악계의 세계적인 거장 엔리오모리코네에게 맡겨졌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존카펜터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첫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철저하게 스탭의 업무가 분리된 헐리우드 주류영화계에서 보다 더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에게 음악을 맡겼다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감독이 매우 신뢰하고 존경했던 영화음악계의 인물이 엔리오모리코네라는 점에서도 그 이유를 읽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선택은 대단히 성공적이고 음악을 담당한 모리코네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괴물]의 오리지널스코어는 그 예리한 음악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웬지 ‘엔리오모리코네 답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마도 그것은 대중적으로 그의 이미지를 규정한 [시네마천국]이나 세르지오레오네와 작업했던 [옛날예적…] 시리즈의 스코어를 자꾸만 연상시키게 되기 때문인데(사실 이것도 그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영화음악가는 제리골드스미스였지만,) 사운드트랙 앨범의 전곡을 경청하고 있노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우이다.
낮은 현악기군의 선율로 서서히 공포감을 상승/구체화시키는 초반부의 1, 2번 트랙을 지나 3번 트랙인 'Contamination'에 이르면 그 서정적이었던 현악기를 신경질적으로 뜯고 튕기는 상황으로 급변하게된다. 특히 현악기의 이런 기교는 공포를 상징하는데 효과적으로 쓰이는 고전적인 방법이기도 한데, 이후의 스코어들은 불협화음을 기반으로 하는 현악 스코어 위주로 전개된다.
특히 단순한 리듬과 멜로디를 끝없이 반복하는 8번 트랙의 주술적인 느낌은 본작의 성격을 가장 잘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처럼 곡의 패턴을 단순하게 반복하여 캐릭터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대변하고 사건위주의 전개에만 집중한다.
엔리오모리코네는 그 어떤 영화음악가보다도 영화의 맥락을 잘 꿰둟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훌륭하다. 잡다한 느낌을 배제한 절대적 단순함을 기본으로 세팅한 후 신경질적이고 핵심으로 접근해가는 선택(이것은 존카펜터 감독이 작곡했던 음악의 공통점이기도 하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이 아니며, 바로 그 [괴물]의 영화음악은 그 보이지 않는 막연한 공포, 기시감을 음악으로 구체화시킨 존카펜터 감독과 엔리오모리코네가 함께 빚어낸 흥미로운 결과물이다.
<덧붙여>
Vares Sarabande에서 발매된 사운드트랙 앨범의 초판에는 10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에 9곡이 추가된 음반이 재발매되기도 했다. 누가 이런 불편한 음악을 들을까 생각되겠지만 한때 [괴물]의 스코어는 존윌리엄스의 [죠스]보다는 ‘덜 알려진 음산한 음악’을 원하는 방송물과 다큐멘터리에서 수도 없이 사용되었던 또 다른 의미의 ‘클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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